“약 끊으면 사흘도 못 갑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항히스타민제를 몇 주 먹고 증상이 가라앉아서 끊었더니 사흘 만에 다시 막혔다는 분, 스프레이를 아침저녁으로 뿌리다가 며칠 쉬었더니 재채기가 폭발했다는 분. 전주에서 비염으로 저를 찾는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이 패턴을 겪고 계십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약을 끊었다고 증상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 애초에 약은 반응을 멈춘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항히스타민제와 스프레이는 코 점막이 자극에 반응해서 만들어내는 결과물, 즉 콧물과 재채기와 부종을 눌러두는 역할을 합니다. 반응을 일으키는 점막 자체의 상태는 그대로 둔 채로요.
문턱이 낮은 코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별것 아닌 자극에도 과하게 반응하는 상태입니다. 먼지 한 톨, 온도 차이 몇 도, 냄새 한 줄기에도 점막이 즉각 부풀고 콧물을 쏟아냅니다. 저는 이걸 반응의 문턱이 낮아진 상태로 봅니다. 문턱이 낮으니 작은 자극에도 쉽게 넘어가고, 증상이 시작됩니다.
약은 이 문턱을 넘어간 뒤에 나타나는 결과를 막아줍니다. 콧물이 나오려는 걸 붙잡고, 부은 점막을 가라앉힙니다. 그런데 문턱 자체는 낮은 채로 남아있으니, 약효가 떨어지는 순간 다시 쉽게 반응이 일어납니다. 용량을 늘려야 겨우 버티는 것도, 끊으면 바로 되돌아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눌러두는 것과 올리는 것
증상을 누르는 방법과 문턱을 올리는 방법은 접근이 다릅니다. 저는 진료할 때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설명드립니다.
- 눌러두는 접근: 증상이 나타난 뒤 항히스타민이나 스프레이로 반응을 억제. 즉각적이지만 약효가 끝나면 다시 시작.
- 문턱을 올리는 접근: 점막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근본 상태를 다루어, 같은 자극에도 반응이 덜 일어나도록 만드는 방향.
한의원에서 비염을 볼 때는 코 점막만 따로 떼어보지 않습니다. 체질적으로 점막이 예민해진 배경, 호흡기 전반의 상태, 계절이나 생활 자극에 대한 반응 패턴을 함께 확인합니다. 침과 한약으로 이 과민 반응을 다루면서, 점막이 자극에 덜 흔들리도록 만드는 것이 치료의 방향입니다.
약을 당장 끊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증상이 심할 때 약으로 눌러두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급성기에는 필요한 처치입니다. 문제는 이 상태가 몇 달, 몇 년째 반복되는데도 약에만 의존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반응의 문턱을 올리는 쪽을 함께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주에서 비염으로 오래 약을 드셔온 분이라면, 지금 드시는 약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부터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증상을 누르는 약인지, 반응 자체를 바꾸는 치료인지 구분이 되어야 다음 단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진료 안내
전주미소로한의원은 전주롯데백화점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습니다. 월·화·금요일과 목요일은 야간진료를 운영하고 있어 퇴근 후에도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안준 대표원장
